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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정보/유럽

[포르투갈] 로카 곶(Cabo da R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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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국철로 1시간 거리의 신트라. 이곳에서 40분만 버스를 더 타면 유라시아 대륙의 끝인 로카 곶(Cabo da Roca)에 닿을 수 있다. 오전에는 신트라관광을,오후에는 로카 곶을 찾아 일몰을 보면 당일치기 최적의 코스다.

시골 마을같은 정취를 풍기는 신트라는 로카 곶 여행의 출발점이다. 옛날 북아프리카 무어인들이 지배하던 이곳은 그들의 양식과 서양 양식이 혼재된 건물들이 가득하다. 이곳의 3대 볼거리는 왕궁,페냐 성,그리고 무어인의 성터다.

왕궁은 외부에 보이는 두개의 굴뚝이 독특하다. 이 굴뚝은 부엌으로 쓰인다. 페냐 성은 무어 양식과 포르투갈 고유양식이 합쳐진 낭만주의 시대의 건물로, 갖가지 파스텔 톤으로 칠해진 외관이 눈길을 끈다. 무어인의 성터는 그들이 북아프리카로 간 뒤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거의 폐허에 가깝다.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복원 전을 추측해 볼 수 있는 곳이다.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쓰지 않았다면 그곳도 여기처럼 돌무더기로 변해 있었을 것이다. 성벽 망루에서 보는 신트라의 전경이 가장 큰 볼거리.

다시 시내버스로 기차역까지 온다. 30분 또는 1시간마다 신트라∼로카 곶∼카스카이스를 도는 시외버스가 신트라역에서 출발한다. 버스길 주변 풍경이 낯설지 않다. 간이 버스정류장도 우리나라와 그것과 닮았다. 40분정도 지나면 언덕 너머로 하늘색 바다가 보이고,버스가 로카 곶에 닿는다. 로카 곶에서 신트라 또는 카스카이스로 오는 버스시간을 확인해두고 관광일정을 짜자. 로카 곶을 충분히 감상하는 데는 1,2시간이 적당하다.

포르투갈의 국민시인 루이스 까몽이스는 로카 곶을 소재로 시를 썼다. ‘이곳에서/육지가 끝나고/바다가 시작된다.’ 끝없이 펼쳐진 대서양 바다가 140m 절벽 밑에서 시작되고,바다는 하늘과 나란히 놓여 그 끝을 알 수 없다. 대서양을 건너온 배가 육지와 부딪힐까봐 등대도 하나 서 있다. 파란 하늘,녹색 초원,그리고 빨간색 등대는 이곳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등대와 절벽,하늘과 땅이 모두 보이게 사진을 찍으면 이곳에 왔다는 증명사진이 된다.

일단 방문기념 사진을 찍었으면 로카 곶 한가운데로 가본다. 시인 까몽이스의 시가 적힌 돌탑이 서 있다. 사각형의 높은 탑 위에는 십자가가 있다. 바다와 함께 이 돌탑을 찍는 사람들에게 옛날 바스코 다 가마를 비롯한 탐험가들이 보았던 대서양 너머 향신료가 가득하다는 인도를 꿈꾸던 당시 사람들의 모습이 비친다.

저 바다 끝에는 과연 땅이 있을까. 아메리카 대륙이 있는 것을 몰랐던 당시 사람들은 문득 그런 생각도 했을법하다. 아침에는 주변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곳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러 오고,오후에는 세계 도처에서 땅끝마을을 찾는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곳은 외롭지만 쓸쓸하지 않다.

해안선을 따라 관광객을 위한 길이 펼쳐져 있다. 따라 걸으며 땅끝의 기운을 온몸에 받고 충분히 감상했다면 마지막으로 빼놓으면 안 되는 곳이 있다.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관광안내소. 그리 넓지 않은 로카 곶은 그냥 눈으로 보는 것도 좋은데,평소 표창장 받기 힘든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이곳 관광안내소에서는 로카 곶을 방문했다는 표창장 모양의 인증서를 찍어준다. 5유로를 내면 붉은색 종이 한 장만,10유로를 내면 푸른색으로 표지까지 달아준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 선택은 자유다.

구름과 바다 사이 서쪽 하늘로 내려가는 해를 보며 땅끝을 찾았다는 추억을 간직하고 이곳을 떠나자. 버스 정류장까지 오면 버스를 타기 전에 한번 살짝 뒤돌아보자. 등대는 그곳에선 보이지 않지만 십자가 돌탑과 끝없는 바다가 작별인사를 건네온다. 로카 곶 전체를 보는 것을 잊었다면 여기가 사진 찍기에 좋다. 버스에 오르면 이제 바다가 끝나고 육지가 시작된다.

신트라(포르투갈)=글·사진 박희승 기자 hsngp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