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의 도하를 출발한 4륜구동 지프가 빨랫줄처럼 곧게 뻗은 아스팔트를 달려 사막투어에 나선다.
사막과 잇닿은 에메랄드빛 페르시아만이 차창 밖으로 눈부시게 펼쳐지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드넓은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은 하늘과 지평선의 경계마저 흐릿하게 만든다. 황량하면서도 생경한 풍경에 넋을 잃은 채 1시간쯤 달렸을까. 알 와크라와 움사이드를 지나자 아스팔트가 끝나고 끝없는 모래밭이 펼쳐진다.
아랍인 운전기사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타이어의 공기압을 낮춘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팽팽하면 푹푹 빠지는 사막길을 잘 달릴 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
사막은 바람과 모래가 합작한 예술작품이다. 한국의 야트막한 야산처럼 겹겹이 중첩되는 모래언덕의 곡선은 여인의 어깨선 만큼이나 부드럽고 태양의 각도에 따라 생기는 모래언덕의 콘트라스트는 하얀 도화지에 그린 정물화의 명암처럼 뚜렷하다.
지프가 시속 70∼80㎞의 빠른 속도로 모래언덕을 올라간다. 지프가 좌우로 출렁거릴 때마다 모래언덕이 푸른 하늘로 변하고 푸른 하늘은 모래언덕으로 바뀐다. 롤러 코스트를 타는 듯한 짜릿함도 잠깐. 지프가 어느새 100m 높이의 모래언덕 정상에서 숨을 고른다.
설마 하는 순간 지프가 뽀얀 모래먼지를 생명줄 삼아 45도 경사의 모래언덕을 번지점프 하듯 쏜살같이 내려간다. 비명소리와 함께 온몸의 피가 거꾸로 쏠린다. 하지만 아랍인 운전기사는 묘기대행진에 출연한 듯 온갖 운전기술을 선보이며 여행객들을 짜릿한 사막투어의 세계로 안내한다.
자세를 바로 잡은 지프가 활주로처럼 넓고 단단한 모래밭을 시속 100㎞의 속도로 달린다. 지프는 아무도 밟지 않은 모래언덕을 넘고 밀물때면 페르시아만의 바닷물로 채워지는 단단한 모래밭을 무한질주한다. 차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기하학적인 모습의 모래언덕은 얼핏보면 비슷비슷하지만 결코 같은 모양이 없다. 당연히 모래언덕을 오르내릴 때의 아찔하고 짜릿한 쾌감도 제각각이다.
바다 건너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래밭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고개를 돌리면 아랍에미리트의 모래사막이 끝없이 펼쳐지는 국경지대의 씨라인 비치 리조트(Sealine Beach Resort)에서의 수영과 휴식도 특이한 경험.
한낮엔 찌는 듯 무더운 사막도 해만 떨어지면 언제그랬냐는 듯 쌀쌀하다. 돌아오는 길 지프의 백미러에 비친 황혼의 사막이 진한 감동으로 아로새겨진다.
카타르항공은 도하 경유 승객들을 위해 사막투어를 비롯 시내관광,야간선상투어,사막골프,바다낚시 등 다양한 스탑오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사막투어 8시간 코스는 1인당 80달러,5시간 코스는 55달러.
카타르=글·사진 박강섭기자 kspark@kmib.co.kr
도하에 왔다면 원초적인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막 투어를 빼놓을 수 없다. 카타르 사막은 어린 왕자가 이야기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귀가 토끼처럼 생긴 사막여우가 지금까지도 살고 있다고 했다.
만약 사막에서 여우와 마주친다면 어린 왕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사막용 타이어를 장착한 4륜구동 지프에 몸을 싣고 도하에서 출발했다. 에메랄드빛 페르시아만의 풍경이 차창 밖으로 영사기 필름처럼 돌아갔다. 와디(가뭄으로 말라버린 강바닥)의 흔적들도 듬성듬성 스쳐 지나갔다.
곧게 뻗은 남쪽 아스팔트 도로를 내리 한 시간쯤 달렸을까. 작은 어촌도시 알 와크라와 멋진 해변으로 유명한 움사이드를 지나자 포장도로가 끝나고 모래밭이 펼쳐졌다. 바퀴가 보드라운 모래밭으로 풍덩하고 닿는 순간 마음속에서 작은 불꽃이 일었다. 가이드는 모래밭에 도착하자마자 차량을 세우고 타이어의 바람을 빼냈다. 타이어 접지면을 넓혀 바퀴가 모래에 빠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성지순례자가 된 기분으로 차에서 내려 모래사막에 조심스레 첫발을 디뎠다. 모래 감촉은 신발을 신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매우 고왔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발목까지 모래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한낮의 사막 열기 탓에 눈앞이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렸다. 모래 사면에서 쏟아져 나오는 반사광은 무대 위를 비추는 대형 스포트라이트 같았다. 흐르는 땀과 황홀감이 속옷을 몰래 적셨다.
파란 중동의 하늘과 금빛 사막은 화려한 조화를 이뤘다. 야트막한 야산처럼 겹겹이 중첩된 모래언덕의 구불구불한 능선들은 마치 만다라 문양을 연상케했다. 언덕마다 검게 드리운 반달 모양의 그림자들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황량하면서도 기묘한 풍경감을 더했다.
사막 위로 펼쳐진 푸른색의 하늘은 황홀할 정도로 보색대비를 이루며 시각적인 쾌감을 자극했다. 철새 대형처럼 일렬로 늘어선 새털구름들은 하늘을 촘촘히 장식했다.
태양이 지평선으로 기울수록 햇빛을 받는 모래사면과 그늘면의 명암이 점점 뚜렷해졌다. 야누스의 얼굴처럼 맞닿아 있는 빛과 어둠의 경계를 바라보면서 문득 삶과 죽음의 양면성을 떠올렸다.
혹자는 인생이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끝은 보이지 않고 길을 잃기도 하며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가 신기루를 좇기도 한다. 예수도 한때 진리를 찾아 사막 한가운데로 나아가지 않았던가. 광활한 모래벌판 위에 서서 인생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보는 것도 사막 투어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풍경을 실컷 감상하고 난 뒤 지프는 다시 여행객들을 태우고 시속 80㎞의 빠른 속도로 쏜살같이 모래언덕을 올라갔다. 지프가 좌우로 출렁거릴 때마다 모래가 하얀 파도 물결처럼 튀었다. 지프가 단숨에 20층짜리 아파트 높이의 정상에 올라 숨을 고르는 사이 가이드는 안전벨트를 꽉 조이라고 소리쳤다. "어" 하는 찰나 지프는 45도 경사 아래를 향해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곤두박질치듯 활강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아랍인 운전기사는 스턴트맨 뺨칠 정도의 운전기술을 선보이며 사막 투어의 짜릿한 스릴감을 안겨줬다.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이 되자 푸른 하늘은 주홍빛 노을로 바뀌며 새로운 장관을 연출했다. 한낮 무더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사막 위로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여행객 일행을 태운 지프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결국 카타르 사막에서 어린 왕자도 여우도 만나지 못했다. 사막이 진짜 아름다운 이유는 그곳에 샘이 있기보다 혹시 지금도 헤매고 있을지 모를 어린 왕자와 여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어린 왕자가 그렸던 보아뱀의 형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매일경제신문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09&no=420975
사막과 잇닿은 에메랄드빛 페르시아만이 차창 밖으로 눈부시게 펼쳐지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드넓은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은 하늘과 지평선의 경계마저 흐릿하게 만든다. 황량하면서도 생경한 풍경에 넋을 잃은 채 1시간쯤 달렸을까. 알 와크라와 움사이드를 지나자 아스팔트가 끝나고 끝없는 모래밭이 펼쳐진다.
아랍인 운전기사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타이어의 공기압을 낮춘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팽팽하면 푹푹 빠지는 사막길을 잘 달릴 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
사막은 바람과 모래가 합작한 예술작품이다. 한국의 야트막한 야산처럼 겹겹이 중첩되는 모래언덕의 곡선은 여인의 어깨선 만큼이나 부드럽고 태양의 각도에 따라 생기는 모래언덕의 콘트라스트는 하얀 도화지에 그린 정물화의 명암처럼 뚜렷하다.
지프가 시속 70∼80㎞의 빠른 속도로 모래언덕을 올라간다. 지프가 좌우로 출렁거릴 때마다 모래언덕이 푸른 하늘로 변하고 푸른 하늘은 모래언덕으로 바뀐다. 롤러 코스트를 타는 듯한 짜릿함도 잠깐. 지프가 어느새 100m 높이의 모래언덕 정상에서 숨을 고른다.
설마 하는 순간 지프가 뽀얀 모래먼지를 생명줄 삼아 45도 경사의 모래언덕을 번지점프 하듯 쏜살같이 내려간다. 비명소리와 함께 온몸의 피가 거꾸로 쏠린다. 하지만 아랍인 운전기사는 묘기대행진에 출연한 듯 온갖 운전기술을 선보이며 여행객들을 짜릿한 사막투어의 세계로 안내한다.
자세를 바로 잡은 지프가 활주로처럼 넓고 단단한 모래밭을 시속 100㎞의 속도로 달린다. 지프는 아무도 밟지 않은 모래언덕을 넘고 밀물때면 페르시아만의 바닷물로 채워지는 단단한 모래밭을 무한질주한다. 차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기하학적인 모습의 모래언덕은 얼핏보면 비슷비슷하지만 결코 같은 모양이 없다. 당연히 모래언덕을 오르내릴 때의 아찔하고 짜릿한 쾌감도 제각각이다.
바다 건너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래밭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고개를 돌리면 아랍에미리트의 모래사막이 끝없이 펼쳐지는 국경지대의 씨라인 비치 리조트(Sealine Beach Resort)에서의 수영과 휴식도 특이한 경험.
한낮엔 찌는 듯 무더운 사막도 해만 떨어지면 언제그랬냐는 듯 쌀쌀하다. 돌아오는 길 지프의 백미러에 비친 황혼의 사막이 진한 감동으로 아로새겨진다.
카타르항공은 도하 경유 승객들을 위해 사막투어를 비롯 시내관광,야간선상투어,사막골프,바다낚시 등 다양한 스탑오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사막투어 8시간 코스는 1인당 80달러,5시간 코스는 55달러.
카타르=글·사진 박강섭기자 kspark@kmib.co.kr
도하에 왔다면 원초적인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막 투어를 빼놓을 수 없다. 카타르 사막은 어린 왕자가 이야기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귀가 토끼처럼 생긴 사막여우가 지금까지도 살고 있다고 했다.
만약 사막에서 여우와 마주친다면 어린 왕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사막용 타이어를 장착한 4륜구동 지프에 몸을 싣고 도하에서 출발했다. 에메랄드빛 페르시아만의 풍경이 차창 밖으로 영사기 필름처럼 돌아갔다. 와디(가뭄으로 말라버린 강바닥)의 흔적들도 듬성듬성 스쳐 지나갔다.
곧게 뻗은 남쪽 아스팔트 도로를 내리 한 시간쯤 달렸을까. 작은 어촌도시 알 와크라와 멋진 해변으로 유명한 움사이드를 지나자 포장도로가 끝나고 모래밭이 펼쳐졌다. 바퀴가 보드라운 모래밭으로 풍덩하고 닿는 순간 마음속에서 작은 불꽃이 일었다. 가이드는 모래밭에 도착하자마자 차량을 세우고 타이어의 바람을 빼냈다. 타이어 접지면을 넓혀 바퀴가 모래에 빠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성지순례자가 된 기분으로 차에서 내려 모래사막에 조심스레 첫발을 디뎠다. 모래 감촉은 신발을 신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매우 고왔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발목까지 모래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한낮의 사막 열기 탓에 눈앞이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렸다. 모래 사면에서 쏟아져 나오는 반사광은 무대 위를 비추는 대형 스포트라이트 같았다. 흐르는 땀과 황홀감이 속옷을 몰래 적셨다.
파란 중동의 하늘과 금빛 사막은 화려한 조화를 이뤘다. 야트막한 야산처럼 겹겹이 중첩된 모래언덕의 구불구불한 능선들은 마치 만다라 문양을 연상케했다. 언덕마다 검게 드리운 반달 모양의 그림자들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황량하면서도 기묘한 풍경감을 더했다.
사막 위로 펼쳐진 푸른색의 하늘은 황홀할 정도로 보색대비를 이루며 시각적인 쾌감을 자극했다. 철새 대형처럼 일렬로 늘어선 새털구름들은 하늘을 촘촘히 장식했다.
태양이 지평선으로 기울수록 햇빛을 받는 모래사면과 그늘면의 명암이 점점 뚜렷해졌다. 야누스의 얼굴처럼 맞닿아 있는 빛과 어둠의 경계를 바라보면서 문득 삶과 죽음의 양면성을 떠올렸다.
혹자는 인생이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끝은 보이지 않고 길을 잃기도 하며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가 신기루를 좇기도 한다. 예수도 한때 진리를 찾아 사막 한가운데로 나아가지 않았던가. 광활한 모래벌판 위에 서서 인생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보는 것도 사막 투어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풍경을 실컷 감상하고 난 뒤 지프는 다시 여행객들을 태우고 시속 80㎞의 빠른 속도로 쏜살같이 모래언덕을 올라갔다. 지프가 좌우로 출렁거릴 때마다 모래가 하얀 파도 물결처럼 튀었다. 지프가 단숨에 20층짜리 아파트 높이의 정상에 올라 숨을 고르는 사이 가이드는 안전벨트를 꽉 조이라고 소리쳤다. "어" 하는 찰나 지프는 45도 경사 아래를 향해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곤두박질치듯 활강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아랍인 운전기사는 스턴트맨 뺨칠 정도의 운전기술을 선보이며 사막 투어의 짜릿한 스릴감을 안겨줬다.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이 되자 푸른 하늘은 주홍빛 노을로 바뀌며 새로운 장관을 연출했다. 한낮 무더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사막 위로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여행객 일행을 태운 지프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결국 카타르 사막에서 어린 왕자도 여우도 만나지 못했다. 사막이 진짜 아름다운 이유는 그곳에 샘이 있기보다 혹시 지금도 헤매고 있을지 모를 어린 왕자와 여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어린 왕자가 그렸던 보아뱀의 형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매일경제신문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09&no=420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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