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말 'cyclo-pousse'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진 씨클로는 앞바퀴가 두 개, 뒷바퀴가 하나인 삼륜의 모양새가 베트남에서 주종을 이룬다. 앞쪽에 손님이 타면 뒤에서 운전수가 페달을 밟게 되어 있는 그것은 꼭 사람만 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문짝 만한 이삿짐이 버젓이 올라오거나,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따위가 그 자리를 점유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닭이나 오리 같은 가축들이 얹혀져 유유히 도심을 달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서민들의 대중교통 수단 외에 다목적 운송 수단으로서의 제 할 일을 다 해내는 셈이다.
씨클로는 베트남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녹아내릴 듯한 땡볕더위를 견디며 길을 걷다가 힘이 슬슬 부쳐올 즈음에서 씨클로의 위용은 한층 빛을 더한다. 그것은 또 낯선 땅에서 잠시 신분 상승(?)의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이방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더없이 고맙고 기특한 물건이다.
햇볕이 따가운 날에는 등 뒤에 접어뒀던 차양을 펼쳐서 그늘을 만들어주고,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면 비닐 장막을 둘러 냉큼 빗발을 막아주는 고객 사랑 정신. 씨클로만이 가능한 정 깊은 서비스다. 그 비닐 장막의 빠꼼한 틈새로 비 오는 거리의 풍경을 소묘하는 것은 또 하나의 색다른 즐거움이고.
내가 처음으로 씨클로라는 걸 탔을 때는 마치 연약한 여인의 등에 업히기라도 한 것처럼 뒤통수가 근질근질했었다. 뒷쪽에서 열심히 발을 구르고 있을 기사에게 송구스런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내릴 때 당당히 적정 요금을 지불할 텐데도 말이다. 하지만, 앞이 툭 트인 거리를 조망하는 즐거움에 휩싸이다 보니 어느덧 그런 미안한 생각 따윈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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