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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정보/터키

[터키] 버가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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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00m의 가파른 산 위에 세워진 난공불락의 도시 버가모에 들어선 순간, 2000여년 전의 고대로 되돌아간 듯했다. BC 400년쯤 형성된 버가모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800년 동안 종합병원으로 사용됐던 아스클레피움 유적. 돌로 포장된 800m의 진입로에는 당시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환자들의 발자국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스클레피움 한가운데는 맑은 물이 흐르는 분수대가 설치돼 있고 동쪽에는 지하 원형 치료소 흔적이 남아 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환자들은 이곳에서 목욕과 진흙 마사지, 맨발 걷기, 약재 처방, 식사 조절 등의 치료를 받았다. 또 북쪽에 설치된 야외 극장에서 연극과 음악을 이용한 심리치료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병원 규모보다 더 놀란 것은 현지인들이 ‘크즐 아블루’(붉은 건물)라고 부르는 버가모 교회와 맞닥뜨린 순간이었다. 주님의 칭찬과 책망을 함께 받은 버가모 교회. 지금은 붉은 벽돌이 무너져내려 폐허가 됐지만 아직도 웅장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금도 순교를 각오했던 초대교인들의 숨결이 생생히 느껴졌다. 이집트의 세라피스 신전으로 건축됐으나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한 후 버가모 교회로 사용됐다.

초대교회 당시 신전의 제사 연기 때문에 도시 전역이 자욱했다고 한다. 버가모는 로마 트라야누스 황제를 숭배하는 신전과 제우스 신전이 세워져 있던 우상숭배의 도시였다. 이 때문에 버가모 교인들의 신앙생활은 단지 입으로만 읊조리는 신앙고백이 아니라 목숨과 바꾸어야 하는 삶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예수님의 이름을 굳게 잡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 가운데 주님으로부터 충성된 증인이라고 칭찬 받은 ‘안디바’란 인물은 버가모 교회 초대감독으로 추정된다.

“버가모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좌우에 날선 검을 가지신 이가 이르시되 네가 어디 사는지를 내가 아노니 거기는 사탄의 권좌가 있는 데라 네가 내 이름을 굳게 잡아서 내 충성된 증인 안디바가 너희 가운데 곧 사탄이 사는 곳에서 죽임을 당할 때에도 나를 믿는 믿음을 저버리지 아니하였도다”(계 2:12∼13)

반면 주님은 계시록 말씀을 통해 세상과 결합해 진리를 잃어버리고 세속화된 버가모 교회를 책망하시기도 했다.

“그러나 네게 두어 가지 책망할 것이 있나니 거기 네게 발람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 발람이 발락을 가르쳐 이스라엘 앞에 걸림돌을 놓아 우상의 제물을 먹게 하였고 또 행음하게 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네게도 니골라 당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계 2:14∼15)

바울 사도는 제2차 선교 여행 때 버가모를 지나쳤으나(행 16:17∼18) 그곳에서 행한 일은 기록된 것이 없다. 바울이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주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저희 중에서 나와서 따로 있고 부정한 것을 만지지 말라”(고후 6:17)고 교훈한 것을 보면 우상숭배는 버가모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초대교회 모두가 안고 있던 문제였던 듯하다.

입으로 주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목숨을 위협 받는 상황에서도 신앙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또 일신의 안락만을 추구해 기독교를 다른 종교 중의 한 분파 정도로 전락시킨 우리 자신의 모습도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께서 변화된 삶을 사는 사람에게 새 이름, 새 신분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회개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속히 가서 내 입의 검으로 그들과 싸우리라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감추었던 만나를 주고 또 흰 돌을 줄 터인데 그 돌 위에 새 이름을 기록한 것이 있나니 받는 자밖에는 그 이름을 알 사람이 없느니라”(계 2:16∼17)

이스탄불=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




페르가뭄(Pergamum)

한국에는 페르가뭄이 버가모로 알려져있다.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일곱교회에 보내는 편지에 등장하는 페르가뭄은 개신교 성경에는 버가모로 나오며 성지 순례를 하는 사람들이 꼭 방문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인구 10만 명의 이 작은 도시는 한때 에게해서 지중해까지 명성을 떨쳤던 페르가뭄 왕국의 수도였다.


이지역은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후(BC 323년) 그의 장군이던 리시마쿠스(Lisimachus)가 점령했으며 나중에는 페르가뭄 왕조가 들어섰다. 아타루스(Attalus) 3세가 페르가몬 왕국을 정복하는 BC 133까지 페르가뭄 왕국은 짧지만 빛나는 문화를 자랑했었다. 패망 이후에는 아타루스 3세의 유언에 따라 로마에 편입됐다.

이즈미르(izmir)로부터 북쪽으로 약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 페르가뭄은 터키말로 ‘베르가마(Bergama)’라고 부른다. 지금부터 한 때 소아시아의 수도이기도 했던 베르가마를 돌아보자.

아크로폴리스

먼저 도시의 중앙에 우뚝서 있는 아크로폴리스를 방문하자. 이 도시는 19세기 말에 독일에 의해서 발굴됐다. 그래서 많은 유물들이 독일 베를린의 페르가뭄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말 그대로 아크로 폴리스는 걸어서는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산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다.

많이 파손되어 있긴하지만 터키의 고대 유적중에서 아크로폴리스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도시의 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산 제일 꼭대기에 대리석 기둥으로 우뚝 솟아있는 것은 바로 트라이안 황제의 신전이다. 또 산 비탈길에 고대 원형극장이 자리잡고 있다. 성경에는 ‘사단의 위가 있는데’라고 표현되어 있는 곳인데, 정말 곳곳에 신전이 많이 있다.

페르가몬 왕국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도서관이야기다. 당시 세계 최고의 도서관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다. 그런데 페르가뭄 왕국의 유메네스 2세와 아타루스 2세가 대규모의 편찬 사업을 펼쳐서 알렉산드리아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집트는 파피루스 금수 조치를 취한다. 이에 페르가뭄 왕국에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양피지이다.

훗날 양피지는 파피루스를 능가하며 종이가 등장할 때까지 제역할을 다한다. 이렇게 유명한 페르가뭄의 도서관을 훗날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그 책들은 이슬람제국의 침입때 소실된다. 페르가뭄 왕국의 아크로폴리스는 돌아보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꼭 잊지말고 방문하기를 바란다. 독일의 페르가뭄 박물관에 있는 제우스 신전은 이 곳의 신전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이다.

붉은 정원

아크로폴리스의 입구에는 빨간 벽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건물의 폐허가 있다. 이 건물이 전에는 이집트 신전으로 지어져서 기독교 시대에 교회로 사용됐다가 지금은 건물의 일부가 회교사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크즐아우루(Kizil avlu)’이다.

‘붉은 정원’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밑에는 조그만 강이 흐르고 있다. 오리지널 교회 건물은 아니지만 성지 순례할 때 꼭 방문하는 곳이다. 성지 순례를 하면서 느끼는 공통된 아쉬운 점이겠지만 당시의 박해 상황에 교회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크즐아우루를 뒤로 하고 시내 중심으로 가다 보면 오래된 옛 목욕탕이 있다. 터키말로는 ‘하맘(hamam)’이라고 한다. 시내 중심부에는 아주 많은 레스토랑이 있으며 그 중 ‘카흐트 케밥(kagit kebap)’을 파는 곳이 있는데 그 맛이 담백하니 아주 좋다. 터키의 특산물인 카페트를 파는 곳도 많다.

현대병원의 시초 아스클레피온

빼놓지 말아야하는 또 하나의 유적이 ‘아스클레피온(Asclepieum)’이다. 치료의 신 아스클레피우스의 이름을 붙힌 이 병원은 현대 병원이 갖추고 있는 대부분의 것을 갖추고 있다.

약물치료 뿐 아니라 환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연극공연이 진행됐던 원형극장,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터널, 진흙 목욕, 마사지 그리고 도서관에서의 독서, 건강을 되찾게 해준다는 샘물 등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당시의 의학 수준이 상당했음을 증명해 준다.

입구에는 아스클레피우스의 상징 동물인 뱀이 새겨진 기둥을 발견할 수 있다. 옛부터 뱀은 치료의 상징이었는데 사람들의 눈에 허물을 벗는 뱀은 부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아스클레피온에는 유명한 의사 ‘갈렌(Gallen)’이 있었다. 그의 연구는 바로 19세기까지도 의학연구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그 공적이 대단하다. 페르가뭄 왕국의 위세는 지중해까지 이르렀는데 지중해의 유명한 관광도시 ‘안탈리아(Antalya)’의 이름이 아타로스 왕의 이름에서 유래했을 정도다.

성경에 나오는 빌라델비아(Philadephia)는 바로 형제 사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유네네스 2세가 아우인 아탈로스 2세에게 왕국을 물려주자 형을 사모하는 맘으로 이런 이름을 붙여줬다고 한다.

간혹 터키를 여행하는 사람들중에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르가마를 빼놓는 경우가 있다. 또 베르가마에 왔음에도 아크로폴리스나 아스클레피온을 빼놓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까운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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