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수많은 온천 중에서 터키의 파묵칼레만큼 경이로운 온천도 없을 것이다. 터키 관광엽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파묵칼레 온천은 터키의 서남부 지방에 있다. 일단 데니즐리란 중소 도시까지 가서 돌무슈(미니버스)를 타고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후텁지근한 여름 바람을 맞으며 창 밖의 야자나무들을 바라보면 마치 열대지방에 온 것 같은데, 20분쯤 지나면 난데없이 남극의 거대한 빙산처럼 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듯한 산이 나타난다.
원래 파묵칼레는 ‘목화’란 뜻으로 예전에는 하얀 산이 목화로 뒤덮인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지금은 무더운 여름임에도 빙산처럼 보여 서늘한 느낌을 주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수영복 차림으로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그 묘한 풍경은 바로 자연의 경이로운 연출에서 왔다. 산을 흘러내리는 온천수에는 석회질이 많고 긴 세월 석회가 침전돼 하얀 석회가 산을 뒤덮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석회암은 크고 작은 계단을 만들었고 그 사이사이 온천수가 괴었다. 파묵칼레의 온천수는 섭씨 35도의 탄산수로 특히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서 로마 황제들도 이곳을 종종 방문했다고 한다.
파묵칼레에는 온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꼭대기에는 히에라폴리스 유적지가 있다. 이곳은 기원전 3세기부터 시리아와 페르가몬 왕국의 지배를 잠시 받다가 로마 치하에 크게 발전했는데, 지금도 서기 2세기에 만들어진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원형극장이 잘 보존돼 있다.
히에라폴리스는 한때 인구 8만명에 이르는 도시였으나 오스만투르크와 비잔틴 제국의 전쟁으로 인해 12세기부터는 폐허로 변했고 19세기에 이르러서야 발굴됐다. 아쉬운 것은 온천수의 양이 점점 적어져서 야외 계단에 고여 있는 온천의 깊이가 무릎 정도밖에 차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온천욕을 하고 싶으면 산 정상의 호텔로 가면 된다.
이 호텔에서는 유적지의 무너진 대리석 기둥을 그대로 두고 온천탕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대리석 기둥 사이를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니며 옛 로마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터키 제3의 도시 이즈미르(Izmir)를 관통해 동남부 내륙으로 들어온 버스는 마치 ‘폐허’를 방불케 하는 바위 파편 속을 가로지른다. 이 무수한 바위들은 고대 유적지 히에라폴리스(Hierapolis)의 부분인 약 2,000개의 석관들이다. 히에라폴리스는 석회 언덕 위에 세워진 고대 도시다. `성스러운 도시`를 뜻하는 히에라폴리스는 로마 시대부터 비잔틴 시대까지 번성했으나 셀주크 투르크에 정복당했고, 14세기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폐허가 됐다.
형태조차도 온전치 못한 히에라폴리스의 바위덩이들을 보니 비록 신상의 목이 댕강 잘려 나가고 지붕이 무너져 내리긴 했지만 ‘에페소’의 보존 상태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깨닫는다.
하지만 히에라폴리스를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점차 고대 도시의 안으로 들어갈수록 새하얀 눈이 마치 성벽을 이룬 듯한 기이한 지층에 다다른다. 이곳은 이스탄불, 카파도키아와 더불어 한국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파묵칼레(Pamukkale)’. 파묵은 ‘목화’, 칼레는 ‘성’이란 뜻이다. 목면의 눈을 닮았다고도 하고, 그 색깔이 목화색 같다고도 한다. 어쨌든 이 온천수의 온도는 섭씨 35도, 부드러운 크림색의 석회석 위를 졸졸졸 흐르는 물을 만나면 수많은 여행자가 그러하듯 바쁘게 양말을 벗어제치고 온천수에 발을 담근다.
예전에는 이 파묵칼레의 이곳 저곳에 수영복을 입고 온천욕을 하러 온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파묵칼레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정해진 장소만을 개방한다. 마음 놓고 온천욕을 즐기려면 온천욕 수영장이나 온천시설을 갖춘 호텔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파묵칼레의 온천수는 심장병, 순환기 질병, 고혈압, 류머티스, 눈과 피부질병 등에 효능이 있다. 클레오파트라를 비롯해 역대 로마 황제와 귀족들이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찾았다니 오랜 세월 동안 그 명성만은 꾸준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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