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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정보/유럽

[독일] 마르틴 루터의 출생과 성장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아니면 영웅이 새 시대를 만들어 나가는가? 끊임없이 회자되는 역사논쟁의 화두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기독교 신앙은 둘 다 아니라고 대답한다. 기독교 신앙은 역사는 ‘인간의 역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역사’이며 인간이 역사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이 역사의 주관자가 되신다고 고백한다. 스스로 역사의 주인이라고 착각하는 오만방자한 자들을 하나님은 심판하시고,시대에 따라 역사의 주역을 감당할 인물을 세우시고 그를 통해서 하나님은 새 역사를 이루어 나가신다고 믿는다. 성경에 등장하는 역사의 위대한 인물들 모세 다윗 바울 등은 모두 하나님께서 높이 들어 쓰신 역사의 주역들이었다.

16세기초 하나님은 또 한 사람의 역사의 주역을 부르셨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2000년 교회 역사의 분수령이 되는 ‘종교 개혁’이라는 역사적 위업을 감당하게 하셨다. 그가 바로 교회 개혁의 주역 ‘마르틴 루터’였다.

마르틴 루터는 1483년 11월10일 중부 독일의 작은 도시 ‘아이슬레벤’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한스 루더로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가문이었다. 본래의 성은 루더(Luder)였으나 후일 마르틴 루터는 ‘루터’(Luther)라고 바꾸었다.

그의 어머니 ‘마가레타’는 중산층 가문 출신으로 고생 없이 자라났다. 그러나 가난한 농부와 결혼한 그는 결혼 초기에 많은 고생을 감내해야 했다.


루터가 태어난 바로 그 다음날 그는 ‘성 베드로 바울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그가 세례 받은 11월11일이 교회력으로 ‘마르틴’ 성자를 기리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마르틴’으로 지어졌다.

그런데 당시 독일 농민사회에는 특이한 상속제도가 있었다. 농지가 장자에게 상속되는 게 아니라 막내아들에게 상속되는 제도였다. 농지를 상속 받지 못한 형제들은 막내동생 밑에서 소작농으로 일하든지,전업을 하든지 해야 했다. 루터의 아버지는 후자의 길을 택했다. 루터가 태어난 다음해 한스 루더는 식구를 데리고 구리 광산으로 유명한 ‘만스펠트’로 이사했다. 광산촌에서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루터의 아버지는 성실하고 근면했을 뿐만 아니라 유별나게 사회적 신분 상승의 집념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인내력과 의지력으로 힘든 광산 생활을 이겨냈고 노력의 결과 차츰 지위가 높아지게 되었다. 마침내 한스 루더는 구리 광산의 공동 소유주가 되었고 시의회 의원까지 되었다. 맨주먹으로 광산일을 시작한 그로서는 큰 성공이었고 대단한 신분상승이었다.

그래서 한스 루더가 아들에게 건 기대는 남달랐다. 아들만은 자기처럼 고생하지 않고 법률가와 같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을 갖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집념이 강했던 아버지는 루터가 네살 반이 되었을 때 어린 아들을 ‘라틴어 학교’에 입학시켰다. 당시 라틴어는 대학과 상류사회에서 통용되는 필수적 언어였기 때문이었다.

라틴어 학교에서 어린 루터가 9년 동안 지냈던 시기는 행복한 시간은 아니었다. 학교 규율이 엄해서 항상 체벌이 행해졌고 라틴어의 ‘암기와 매질’이 반복되는 나날이었다. 후일 루터는 이 시기를 ‘지옥’과도 같은 날들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시작한 라틴어 공부는 훗날 그가 위대한 신학자이며 교회 개혁가가 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루터가 열네 살이 되었을 때 그의 아버지는 그를 ‘아이젠나흐’에 있는 명문 라틴어 학교로 전학시켰다. 그곳은 루터의 어머니쪽 친척들이 살고 있는 도시여서 루터에게는 생소한 곳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루터는 명문가 ‘코타’가정에서 생활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좋아하는 노래도 마음껏 부르며 행복한 4년을 보내게 되었다.

그가 18세 때 루터 아버지의 꿈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루터가 당시 독일에서 최고 명문으로 손꼽히던 에르푸르트대학에 입학한 것이다. 그의 라틴어 실력이 워낙 출중했기 때문에 입학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에르푸르트대학에서 4년만에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한 루터는 그의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던 법률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법률 공부를 시작한지 두달만에 루터 아버지의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일어났다. 아버지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루터가 돌연 수도원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박준서교수 <연세대 교수·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