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지정보/터키

[터키] 빌라델비아교회


012



터키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나톨리아 반도는 역사적으로 메소포타미아,수메르 ,히타이트,고대 그리스,비잔틴 등의 문명과 기독교, 이슬람이란 두개의 문화가 교차하고 대립하던 지역이다. 따라서 고대도시에는 다양한 시대의 문화가 남아 있다.

하루 다섯 차례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아잔’(이슬람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울려 퍼지는 이슬람국가 터키에서 기독교 유적지를 만나는 순간은 고대와 현대 시간이 중첩되는 듯했다.

현재 ‘알라셰히르’로 불리는 고대도시 빌라델비아에는 성벽과 아크로폴리스 극장, 신전 등의 흔적이 있지만 오랜 세월의 풍상과 도시개발로 고대도시의 원형은 찾기 어렵다. 마을 한가운데 AD 6세기에 건축된 빌라델비아 ‘요한 교회’가 황폐한 상태로 남아 있다. 약 15m 높이의 육중한 돌 기둥이 당시 교회의 규모가 거대했음을 알 수 있다.

고고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BC 1세기경 ‘밀의교’(密儀敎)의 규정이 기록된 대리석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빌라델비아에 이교(異敎)가 성행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종교적 풍토 속에서 주님의 이름을 배반치 않고 복음 사역을 방해하는 유대인들의 간계에도 흔들리지 않은 빌라델비아 교회 성도들의 믿음이 어떠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헬라어로 ‘형제사랑’이란 뜻을 가진 빌라델비아는 소아시아 7개교회 중 가장 작은 도시였으나 교회는 ‘적은 능력을 가지고도 주의 말씀을 지킨 교회’라는 주님의 칭찬을 받았다. “볼지어다 내가 네 앞에 열린 문을 두었으되 능히 닫을 사람이 없으리라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적은 능력을 가지고도 내 말을 지키며 내 이름을 배반치 아니하였도다”(계 3:8).

여기서 ‘열린 문’은 빌라델비아 교회의 교인들이 여러 지역에 복음을 전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도 바울은 이를 ‘복음 전도의 문’으로 해석했다. “내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하여 드로아에 이르매 주 안에서 문이 내게 열렸으되”(고후 2:12). 복음전도를 위해 주님께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셨다는 것이다. 빌라델비아에 최초로 전도한 사람은 사도바울의 친천 ‘누기오’로 전해진다.

또 주님께서는 빌라델비아 교회 성도들에게 “네가 나의 인내의 말씀을 지켰은즉 내가 또한 너를 지키겠다”(계 3:10상)고 말씀하신다. 또 충실한 성도들을 향해 이기는 자는 하나님 성전에 기둥이 되게 하겠다고 약속하셨다. “이기는 자는 내 하나님의 성전에 기둥이 되게 하겠다”(계 3:12). 현재 세상으로부터 크고 작은 도전을 받고 있는 한국교회 성도들을 향해 울림을 주는 말씀이다.

빌라델비아 고대도시는 따로 보존되지 않아 아쉬웠다. 고대도시 위에 신도시가 형성돼 유적지 바로 옆이 주택가이며, 교회 터 앞에 이슬람 사원이 세워져 있다. 현지에 거주하는 김현문(터키-한국문화협회 부회장)씨는 “원래 빌라델비아 기념 교회 유적으로 6개의 기둥이 있었으나 그 중 3개를 헐어내고 그 자리에 이슬람 사원을 건축했다”고 말했다.

교회를 나오자 마을 아이들이 사진을 함께 찍자며 달려왔다. 아이들에겐 순례자는 그저 관광객일 뿐이고, 기독교 유적지는 놀이터일 뿐이었다. 그순간 ‘아잔’이 울려 퍼졌다. 무슬림들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고대와 현대,이슬람과 기독교문명이 공존하는 빌라델비아 교회 성도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세상의 온갖 박해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그들의 강한 신앙을 증거하듯 우뚝 서 있는 기둥을 바라보았다.

이스탄불=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


빌라델비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