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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정보/중근동

[레바논] 베이루트



베이루트는 화려하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는 히잡(아랍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는 베일)의 신비함이나 아랍어 간판의 난해함이 자아내는 중동의 이국적인 매력과는 거리가 멀다. 피자헛과 멕도날드, 스타벅스 간판이 번쩍이는 베이루트는 마음은 가고 몸만 남은 옛 사랑과 같다. 지리적으로는 중동에 속해있지만 아름다운 지중해를 품고 있는 레바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처럼 이미 유럽을 닮은 도시다.

한 때 ‘중동의 파리’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도시였던 베이루트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종파간의 기나긴 내전을 겪으면서 도시 전체가 파괴되는 상처투성이 도시로 변했다. 다행히 내전이 끝나고 10여년 전부터 복구에 들어가면서 베이루트는 2017년까지 시내 중심가를 완전 복원한다는 계획아래 과거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아 가고 있다.

국회의사당과 은행거리 등이 있는 별 광장을 중심으로 예전 모습을 되찾은 시내 거리에는 서유럽의 한 나라를 연상시킬 정도로 활기 넘치는 노천 카페가 지나가는 행인과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카페에는 늦은 밤에도 남녀노소가 모여 물담배를 피거나 차를 마시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솔리데어(Solidere) 등의 거리에는 아슬아슬한 의상의 젊은 여인들도 종종 마주친다. 도심 구시가지 중간에 복원되고 있는 로마시대의 거리와 목욕탕 등의 유적지도 볼거리.

아랍권에서 가장 선호하는 휴양지가 레바논이라는 설명이 과장이 아님은 지중해를 품고 있는 해안가와 해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베이루트의 해안거리인 코르니체를 비롯해 지중해를 끼고 이어지는 바닷가 풍경 또한 장관이다.

낚시와 인라인 스케이트, 조깅 등을 즐기는 자유분방한 레바논 시민들의 모습은 막연하게 그려온 중동의 이미지를 뒤 짚기에 충분하다. 레바논의 해안 모래사장에서는 ‘히잡’ 대신 비키니를 입고 선탠을 즐기는 아랍 여성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베이루트의 해안가를 따라가다 보면 비둘기 바위라고 불리는 라우쉐를 만날 수 있다. 레바논을 기념하는 각종 엽서에도 단골로 소개되는 이 바위는 개선문처럼 생긴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으며 주변에는 각종 식당과 카페 등이 성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