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지정보/중근동

[레바논] 레바논/ 안자 Anjar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 선물했던 터전




안자의 2층 구조 왕궁

안자의 2층 구조 왕궁. 8세기 초의 이슬람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레바논은 경기도 만한 크기이나 해수욕을 할 수 있는 해변과 스키를 즐길 수 있는 눈밭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물이 풍부하다.

중동국가답지 않게 석유는 한 방울도 나지 않으나 대신 이렇게 물이 넉넉하다 보니 야채가 잘 자란다. 맛 또한 좋다. 곡물 생산도 이에 뒤지지 않아 예로부터 ‘로마의 창고’라 불리었다. 곡창지대는 레바논산맥과 시리아와 국경을 이루는 안티 레바논산맥 사이의 길다란 베카계곡. 기원 전후 서아시아 일대를 차지했던 로마제국은 이곳의 비옥함을 알고는 토착민들이 종교도시로 세운 바알베크에다 거대하면서도 화려한 신전을 세우는 등 깊은 애정(?)을 보였다. 바알베크는 지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바알베크 남쪽의 안자(Anjar) 또한 로마와 인연이 많은 곳이다. 로마의 장군 안토니우스가 애인 클레오파트라에게 선사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계유산 안자에는 이슬람의 냄새가 아주 진하게 배여 있다. 그건 8세기초에 세워진 사각 형태의 성벽과 남북으로 달리는 주작대로,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왕궁과 모스크, 욕탕 등이 모두 이슬람 양식으로 되어 있어서이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아치형 구조물로 뒤덮여 있는 2층 구조의 왕궁. 비잔틴 양식의 성당 건축을 본떠 축조한 것이라고는 하나 아치형태는 서아시아 전통의 건축형태라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건물에 사용된 돌의 색상도 밝아 산뜻하기 이를 데 없는데, 그것이 그 뒤로 펼쳐진 눈 덮인 레바논산맥과 어울리자 무언지 모르게 가슴 속에서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이 인다. 사람이 살지 않고 또 외진 곳이라 찾는 이마저 없다 보니 감회가 각별한 모양이다. 

유적 주위에는 개울이 졸졸 흐르고 거기엔 물고기들이 노닌다. 아니나 다를까, 이웃 마을의 레스토랑에선 구운 생선을 내놓는다. 야채와 함께 먹는 맛은 한 마디로 그만이다. 이웃에 자리잡은 이들은 토착 레바논인들이 아니라 이민족의 박해를 피해 남하한 아르메니아인들로서, 원래가 부지런한 민족이라 마을이 아주 깨끗하고 사는 수준도 꽤 괜찮아 보인다. 오랜 내전을 겪었다고는 하나 페니키아문명을 일군 전통이 뒷받침되어서인지 몰라도 레바논은 활기에 넘쳤다. 

▶정보

198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자는 수도 베이루트에서 택시로 1시간 정도(60km) 걸린다. 외진 곳이라 대중교통수단은 없다. 레바논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항공(주로 유럽에서)편과 육로(시리아)편이 있으나, 시리아 경유 시에는 시리아 비자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권삼윤 역사여행가)